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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합격해서 3월 발령을 받고 바로 대학원 입학을 위한 공부를 하겠다는 사람은 없을거 같다.

나도 몇달을 그냥 즐겼다.

발령받은 학교도 작고 아이들도 착해서 일도 어렵지 않았다.

'합격을 하니까 이렇게 마음편한 날이 다 오는구나...'

부모님한테 용돈도 드리고, 가족들 경조사에 돈도 좀 보태고, 사고 싶었던 DSLR도 사고, 아직 공부하는 친구들 밥도 사주고, 한 번도 안가본 제주도도 가보고... (해외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벌써 방학이 끝나감)

그러면서 여름 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시작하면서 다시 일을 하다가 문득...

자기발전도 없는거 같고, 작은 시골 마을에서 너무 정적인 삶이 힘들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더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 건 죽어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대학 다니면서 가고 싶었던 대학원을 준비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9월, 10월쯤 이런 저런 법령도 찾아보고 대학원도 찾아보고 본격 공부를 시작한다.



일단 입학을 위해선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1. 영어 성적 커트라인 이상

2. 서류전형 : 자기 소개서, 학부 성적

3. 면접 또는 필기 시험 준비

+ 4. 컨택



1. 영어 공부

영어를 못하기도 하지만 사범대를 다니면서 공부할 필요성을 전혀 못느꼈다.

텝스를 공부하기로 결정은 했는데 내가 근무하던 곳은 완전 시골이라서 텝스 학원이 없다.

주말마다 가는 부모님집 근처에는 중고생 대상 텝스 학원은 있지만 성인대상 학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인강을 선택한다.

어느 강의가 좋은지 정보도 없고 많이 들어봤던 해커스 인강[1]을 들었다.

리딩만 신청해서 한 달 정도 공부를 하고 텝스를 쳤다.

서울대 커트라인인 550에 거의 근접한 점수가 나왔다.

'쉽넼ㅋㅋㅋ 다음달 시험에 커트라인 넘고 때려치워야지 ㅋㅋㅋ'

한 달 동안 열공을 하고 시험을 쳤는데 100점이 떨어졌다 ㅠㅠ

역시 첫끗발이 개끗발...

리딩만으로는 안될거 같아서 리스닝도 겨울방학동안에 공부하고 몇 번의 시험을 더 쳤지만 모두...

어느덧 새학기가 시작되고 3월인지 4월인지 시험에 서울대 커트라인을 넘긴다.

서울대 수리과학부는 영어 논문을 읽어낼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영어점수는 커트라인만 넘으면 상관없다는 글을 어디서 읽어서 영어 공부는 바로 때려친다.



2. 서류전형

입사지원서 한 번 써본적이 없기 때문에 자소서는 대입 때가 마지막이다.

구글에 열심히 검색해서 누가 써놓은 걸 참고로 나름 열심히 썼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경우에는 자소서도 별로 신경을 안쓴다는 말이 많다.


학부 때 성적도 그닥 좋지는 않다.

너무 정보가 없어서 대학원입학준비위원회[2] 카페에 가서 학부 성적을 공개하면서 의견을 물었더니

지방 사범대 출신에 그런 학점이면 절대 합격할리 없다는 댓글을 많이 받았다.



3. 면접 준비

시험 전형이 종종 바뀌고 벌써 5,6년이 지났으니까 이 부분 내용은 현재, 미래에 지원하는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을거라고 생각된다.


내가 지원하기 전에는 '석사과정', '박사과정' 두 가지가 있었는데 내가 지원할 때부터 '석박사통합과정'이라는게 생겼다.

원래 석사 입학 정원과 박사 입학 정원을 줄여서 석박통합으로 모집하는 거다.

석사를 하고 박사를 가는 것보다 석박통합을 모집해서 바로 박사를 받도록 하는게 대학원들의 추세다.

(근데 이렇게 몇년을 모집하니까 졸업하지 못하고 적체되는 대학원생 숫자를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다시 석사 입학 정원이 점점 늘고 석박통합 입학 정원을 줄이고 있는 것 같다.)

당시 모집 정원은 석사는 딸랑 3명, 석박통합은 30명 정도?

직전학기까지 석사 과정은 면접을 봤다.

대수학, 해석학, 기하위상, 세 과목을 문제를 주어진 시간동안 풀고 교수님들께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새 학기부터는 어떤 방식으로 면접을 볼 건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학교 측에 아무리 문의를 해도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 외에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래서 나는 기존의 방식을 가정해서 준비를 했다.

기출문제를 검색해봤지만 2000년대 문제는 발견할 수 없었다.

공부하는 범위도 아는게 없어서 임용시험 공부하는 범위 정도로 가정하고 준비했다.


거의 정보 아무 없이 그냥 맨땅에 헤딩


영어 커트라인을 넘기고 나서는 거의 수학공부만 했다.

10월쯤 면접을 보기 위해서 서울대를 갔다.

고등학교 때 가본 이후로 7년만이다.

3명 모집에 10명 정도 면접을 봤던 거 같다.

면접 질문은 지금 생각해도 좀 어이가 없다.

"왜 지원했느냐? 석사 졸업 이후에는 뭘 할거냐?" + 대수학에 나오는 정리와 관련된 질문 2,3개

이게 다다.

몇달동안 전공책을 수없이 읽고 외웠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면접은 끝났고 그 길로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내려갔다.



4. 컨택(Contact)

보통의 대학원은 '컨택'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컨택'은 대학원 가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내거나 면담을 통해서 교수님과 면접을 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컨택이 필요한 곳은 '학과'에서 선발한다기 보다 '지도교수'가 선발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컨택을 하고 나면 그 외 입학 과정은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면 형식적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여러 교수들에게 컨택을 한 학생들끼리 경쟁을 통해 선발하기도 한다.

서울대 수학교육과, 서울대 공대 등은 거의 컨택을 해야한다.

컨택을 통해 들어온 학생들 숫자가 모집 정원보다 적은 경우에는 컨택없이 그냥 지원한 학생들을 뽑기도 한다.

대학원은 학교의 커리큘럼에 의해서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지도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서울대 수리과학부는 이런 과정이 전혀 없다.

컨택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입시 과정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컨택을 하면 교수님들은 "그래. 일단 합격하고 보자." 라고 하신다.




요약

대학원은 연구를 할 사람을 선발하는 곳이다.

영어는 커트라인만 넘으면 영어 논문을 읽을 수 있는 정도가 된다고 보는 거 같다.

대학처럼 다양한 인재를 기를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자소서도 별 의미가 없다.

수학 잘하는 사람을 뽑자는 거지 사회에 나가서 역할을 할 좋은 인재를 찾는게 아니다.

연구를 열심히 할 사람을 뽑자는 거지 컨택을 통해서 지도교수와 잘 맞거나 말을 잘 들을 사람을 뽑는 게 아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는 입학 면접 또는 필기 시험만 잘보면 합격. 


그런데 나는 왜 합격을 했을까.....?




  • 입학 정원 관련 이야기

서울대 대학원 입학 정원은 과별로 정해져 있지만 총 인원은 단과대학별로 배정이 된다.

그래서 특정 학과에서 전체 정원에 미달한 인원을 선발하면 단과대학 내 다른 학과에 그 정원을 빌려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최초 모집 정원이 수리과학부 10명, 생명과학부 10명이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생명과학부가 9명만 선발했다면, 수리과학부에서 1명을 빌려서 11명을 선발하기도 한다.

입학 정원이 석사냐, 박사냐, 석박통합이냐에 따라서 1:1 교환이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입학 정원은 바뀔 수 있다.

내가 입학할 때 석사 모집 정원이 3명이었지만 합격자는 4명이었다.



[1] 해커스 인강

[2] 대학원입학준비위원회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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