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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열심히 하고 있는 입장에서 행동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읽기 시작했다.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시스템1과 의도적이지만 게으른 통제자인 시스템2를 여러 사례를 이용해서 쉽게 설명한다. 어디선가 한 번쯤 보거나 들은적 있는 착시, 착각, 점화효과, 편향, 회상 용이성 등을 읽고 있으면 인간이 이성적으로 사고한다는 주장에 커다란 오류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경제나 투자에 대한 인간의 편향에 대한 책일 거라는 큰 실수였다. 그냥 재밌는 심리학 책이다.
회상 용이성
12장에서 회상 용이성 어림짐작 연구에 대해 설명한다.
연구자는
우선, 단호하게 행동했던 사례 여섯 가지를 나열해보라.
그다음, 자신이 얼마나 단호한 사람인지 평가해보라.
이번에는 단호하게 행동했던 사례 열두 가지를 나열해보라.
대다수는 열두개는 힘들어 한다.
열두 가지 사례를 어렵사리 나열한 사람은 여섯 가지를 나열한 사람보다 자신의 단호함을 낮게 평가했다. 회상하는 어려움이 단호함을 낮게 평가하게 만든 것이다. 이것은 시스템1의 어림짐작의 결과이고, 여기에 시스템2가 관여해서 사례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면 이런 편향에 휘둘릴 가능성이 낮아진다.
재밌었던 점은 회상 내용보다 회상 용이성에 훨씬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나열한 부분이다.
해당 주제에서 진짜 전문가가 아니라 그 주제를 잘 아는 초보자일 때
주식 투자 ㅋㅋㅋ
권력이 있을 때 또는 있다고 느낄 때
이 항목이 특히 흥미롭다고 했으며 조지 w부시가 "나는 내가 옳다고 여기는 행동을 하라는 허락을 받자고 많은 시간을 들여 전 세계에서 투표를 실시할 생각은 없다. 이제 막 느낌이 왔다."라고 했다고 한다. 문득 지금 대선후보들이 떠오르지 않나?ㅋㅋㅋ 대선 후보 어느 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대선 후보가 이런 태도를 보인다. 대선후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13장에서 쿠로이더라는 연구자는 개인 차원에서든 정부차원에서든 예방책을 세울 떄는 보통 실제로 겪은 최악의 재난에 대비한다고 했다. 파라오가 통치하던 고대 이집트에서 범람하는 가으이 최고 수위를 과거의 최고 수위를 넘지 않으리라고 가정한 것 같다고 했다. 그보다 더한 재난 상황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 않는 법이라며.
언론은 새로움과 강렬함에 편향되고, 언론은 대중의 관심을 이끌고 대중에 관심에 이끌린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세상은 현실의 정확한 복사판이 아니다.
JTBC가 최근 3년간 건설현장 붕괴 사고를 전수조사를 했다며 내놓은 기사다. 이 기사에 나오는 자료다.

문제는 이 책 10장에 나오는 소수의 법칙 (law of small number). 사고 33건은 통계상 너무 자료가 작다. 사고가 단 한 건도 일어나면 안 되지만 33건으로 유의미한 자료를 찾을 수는 없다.
HDC의 사고가 3건으로 가장 많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1건이나 2건이나 3건이나 아무 차이가 없다. 최소한 각 건설사의 건설현장 수 대비 사고 건수가 몇개인지는 알려줘야 하는거 아닌가. 예를 들어, HDC는 건설현장이 5개인데 거기서 3건이 발생하고, 현대건설은 건설현장이 100개인데 2건이 발생했다면 의미를 찾을수 있을지도.
삼성물산보다 무려 3배나 사고 건수가 많다?? 현대 계열 건설사는 GS건설보다 사고 건수가 무려 5배 많다??
정상적인 해석은 "3건이나 있었는데 이런 일이 또 발생했다. 왜 대책을 세우지 않았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법학자 티쿠르 쿠란은 '회상 용이성 폭포'라는 편향이 작동되는 원리에 의해 우리는 위험을 철저히 무시하거나 과잉 대응할 뿐 중간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건의 심각성은 알겠지만 시청자를 선동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 주변 일상에서 발생하는 일이나 뉴스에 시스템2를 작동시켜서 생각하는 건 굉장히 번거롭고 에너지가 많이든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가? 나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잘 구분하자.
칭찬과 벌
칭찬과 벌 중에 어떤 게 효과적일까? 축구 국가대표가 당연히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 경기에서 지면 엄청난 비난을 듣는다. 그러면 다음 경기를 잘 한다.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국가와 경기에서 이기면 칭찬을 하지만 다음에 비슷한 수준의 국가와 경기를 하면 처참하게 지는 경우가 많다. 칭찬과 격려보다 벌과 비판이 더 효과적인가?
잘 못하던 일을 잘 했을 때 칭찬을 하고, 잘 하던 일을 잘 못할 때 벌을 받게 된다. 이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 때 칭찬이나 벌이 효과가 역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 그냥 원래 실력으로 돌아간 것이다. 평균회귀일 뿐이다. 무작위로 뽑은 표본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변동을 인과관계로 해석하면 오류가 발생한다.
2020년에 처음 주식으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주식이 참 쉽다고, 주식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21년에도 같은 수익률을 내고 2022년 1월의 변동성에도 손실을 보지 않았을까? 결국 평균회귀다. 특별한 1년, 한 달, 하루에 수익이 크게 났을 때 기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건 그 다음 1년, 한 달, 하루에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 미리 채워놓는 것일 뿐이다. 손실을 견디기 위해서 굳건한 마음을 가지고 견딜 수 있는 자산 배분을 해놓아야 한다.
그때 팔았어야지!

2021년 6월 24일에 카카오 주가가 173,000원을 찍고 2022년 1월 마지막 거래일에 85,000원으로 마감했다. 거의 반토막.
21년 9월 정부가 플랫폼 규제한다고 할 때 팔았어야지! 미국에서 금리 올린다고 할 때 팔았어야지! 계열사 경영진이 스톡옵션 행사해서 주식 팔 때 정리했어야지!
이제와서 무슨 소용일까 싶다. 사후 판단 편향이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는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없다. 강력 범죄가 일어나고 나서 CCTV를 설치해달라는 민원을 진작에 들어줬으면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이런 판단 능력이 있었다면 미국도 일본에게 진주만 폭격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학생부 종합 vs 수능 vs 내신
서울대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입 설명회를 가면 항상 학생부 종합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수능으로 입학한 학생들보다 대학교 생활도 우수하고 졸업 후 결과도 좋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 자료가 진짜인지 사실을 왜곡한 것인지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진위 여부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서울대는 자신들의 방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을 뿐이고, 자신들이 틀렸다는 증거를 굳이 찾을 필요는 없으니까.
절대 우리나라 국민들이 다 같은 마음로 합의해서 지속할 수 없는 것이 대입 전형이다. 수능 하나만으로 줄세우지 말라고 해서 학생부 종합을 하니까 학생에게 부담되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다시 수능으로 대학을 가자고 난리다.
21장에서 직관과 공식 중에 어떤 것이 더 정확한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직관보다 공식이 정확한 경우가 많고, 다중 회귀로 복잡한 알고리즘을 만들어봐야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해 결합한 공식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학생부 종합을 진행하기 위해서 수많은 교사가 학생부를 쓰고, 대학은 학생부를 분석하기 위한 절차와 시스템을 만드는데 어마어마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한다. 서울대 입학처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냥 수능 점수랑 내신 점수 적당히 더해서 입학을 결정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A학생은 학생부, B학생은 수능으로 서울대를 입학했을 때, A학생이 더 잘한다는 건데, A학생이 처음부터 수능으로 입학했다면 수능 성적도 B학생보다 높았을 수도 있다. B학생보다 수능 성적이 더 좋은 C학생이 대학교 생활과 졸업 후 활동도 B학생보다 우수하다면 서울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학생부로 입학한 학생들은 수능 공부를 했어도 원래 잘했을 학생들이다.
복잡한 알고리즘보다 동일한 가중치로 단순하게 만든 알고리즘이 못할 게 없다는 점은 퀀트로 주식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특정 팩터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해서 투자할 종목을 선정하기 보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동일 가중치로 선정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네 갈래 유형
인간은 이익과 손실에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확률이 결과에 부여하는 가중치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며 네 갈래 유형을 제시한다.
이익 | 손실 | |
---|---|---|
높은 확률/확실한 효과 | - 1만 달러를 딸 확률 95%- 실망할 두려움- 위험 회피 -불리한 타협안 수용 | - 1만 달러를 잃을 확률 95%-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희망 - 위험 추구 - 이로운 타협안 거절 |
낮은 확률/가능성 효과 | - 1만 달러를 딸 확률 5%-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 위험 추구- 이로운 타협안 거절 | - 1만 달러를 잃을 확률 5% - 큰 손실을 입을 두려움 - 위험 회피 - 불리한 타협안 수용 |
위험 회피가 나타나면 확률이 높더라도 도박을 하지 않고, 위험 추구가 나타나면 확률이 낮더라도 도박을 한다. 각각의 이유와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재밌지만, 결론은 인간의 불합리한 마음을 따르지 말고 수학적으로 기대값이 높은 선택을 해야 한다.
헷지(hedge), 위험 관리 정책
다음 두 가지 결정을 모두 살펴본 뒤에 하나씩 선택을 해야 한다.
- 결정1
A. 240달러 무조건 받기
B. 1000달러를 받을 확률 25%, 한 푼도 못 받을 확률 75% - 결정2.
C. 750달러 무조건 잃기
D. 1000달러를 잃을 확률 75%, 한 푼도 잃지 않을 확률 25%
다수는 B보다 A를, C보다 D를 더 좋아한다. BC를 선택하는 사람이 가장 적고 AD를 선택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단순히 기댓값으로 계산하며 B가 A보다 나은 선택이고, C와 D는 무엇을 선택하든 마찬가지다. 만약에 75%, 25%로 일어나는 확률이 결정1과 결정2에 동시에 발생하는 거라면 결정1과 결정2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선택지는 총 AC, AD, BC, BD 네 가지다. 그 중에 가장 좋은 선택은 가장 선택을 받지 못한 BC다.
넓은 틀에서는 개별적인 이익이 손해가 될 수 있다. 매순간에는 이익이 조금 줄어들더라도 총합이 커질 수 있는 선택을 해야한다. 투자를 할 때도 수익이 높은 것만 쫓다가 어느 순간 패가망신할 수도 있고 큰 틀에서는 이익이 적을 수 있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 위험을 피해갈 수 있는 균형 잡힌 선택을 해야 먼 훗날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건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겠지?
후회
- 상황1. A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B회사 주식을 살까 고민만 하다 그만두었다. 그런데 B회사 주식을 사면 수익이 훨씬 컸다.
- 상황2. B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A회사 주식으로 갈아탔다. 그런데 B회사를 그냥 가지고 있었으면 수익이 훨씬 컸다.
어떤 상황에 우리는 더 큰 후회를 할까? 대부분 상황2를 지목한다.
사람들은 똑같은 결과를 두고도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그 결과가 생겼을 때보다 행동함으로써 그 결과가 생겼을 때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
기본 옵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고 일탈한 행동으로 인한 결과에 우리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주식을 갈아타거나, 의사가 일반적인 치료법이 아니라 이례적인 치료법을 사용하거나, 평소 가던 길이 아닌 길로 가다가 사고가 나거나. 좋은 결과가 나오면 우리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좋은 결과가 기본값이기 때문이다.
tvN 유퀴즈에 나온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태교가 과학적으로 의미가 없고, 유산될 애가 유산되는 것이라고 했다.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산을 하면 온갖 사건에 의미를 부여한다.
시험에 불합격하고, 투자에서 손실을 보고, 자동차 사고가 나면 이유를 찾지만 그건 특별한 어느 하나의 선택으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우연이 겹쳐서 일어난 일이다. 모든 일을 통제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의 노력하며 사는 것 말고는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결론
내가 생각하는 결론도 이 책의 마지막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매순간에 시스템2를 이용해서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진다. 매번 그런 고민을 하면 스트레스로 금방 죽겠지. 그런 페널티를 가졌지만,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시스템2가 필요한 순간에 동작할 수 있는 훈련과 조건을 잘 갖출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행동경제학에 유명한 저자니까 투자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만 했다. 어려울 거라는 걱정만 했는데 예상과 달리 너무 두꺼운 책에 놀라기도 했다. 걱정과 달리 내용은 너무 쉽고 재밌었고, 투자와 관련된 책이라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책을 읽는 내내 인간 사고의 한계와 요즘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이 머릿 속에 계속 맴돌았다. 부록을 제외하고 6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이지만 꼭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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